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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ins;Gate의 모든 것입니다.

이 게시글은 슈타게를 많은 사람에게 전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게시글은 소개글과 자료글로 나뉘며 소개글에는 슈타게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자료글에는 슈타게를 즐긴분들을 위한 글이 준비되어있습니다.

소개글은 간단하게 게임의 줄거리와 몇 개의 PV로 이루어졌으며

자료글에는 게임을 시작해 드라마CD 음악 라디오 소설과 코믹스의 정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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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ins;Gate의 모든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eins;Gate의 모든 것  (0) 2011/12/23
Posted by Crid
말그대로 보시는 순서를 정리해놨습니다.

1.게임(애니로 입문하는건 정말 슬픈 일)
2.드라마CD 알파,베타,감마 (감마는 외전이니 패스하셔도 됩니다)
3.Books의 제온실트님이 번역하신 재액강탄의 홀리데이 (트루엔딩 후일담)
4.Books의 앨리스님이 번역하신 요원의 발할라 (알파 세계선 후일담이라 보시면 됩니다. 네타는 생략)

이것이 기본적인 스토리 이해를 위한 트리입니다.
이것만 다 하셨다면 전체적인 스토리를 다 이해했다고 보셔도 되요. 단 4번은 조금 외전입니다만..

나머지 드라마CD는 전부 외전이고 코믹한 전개로 갑니다.
또 Books중에선 스즈하의 35년 이야기인 망환의 리벨리온이나
미스터 브라운의 이야기인 은수의 브라운모션도 있습니다. 그치만 본편과 무관한 외전이라 해도 상관없어요.
한가지 '사상 최강의 슬라이트 피버' 이거는 꼭 찾아서 보시길 바랍니다.
슈타게가 원래 오카베 시점의 이야기입니다만 슬라이트 피버는 '크리스'가 시점입니다.
크리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오카베가 안보이는 곳에서 뭘했는지도 나옵니다. 상당히 재밌더군요.

이 모든 것에는 슈타게에 대한 모든 음악이나 책들 드라마CD를 제 능력이 되는대로 긁어모았습니다.
아마 대부분 다 정리해놨겠죠. 꼭 하나하나 찾으시면서 슈타게의 재미를 발견하셨으면 합니다.

이만 El Psy Cong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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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rid
번역본의 출처는 앨리스님 입니다.
폰트, 문장부호와 단락구성은 Swan님이 수정하셨습니다.

 「요원의 발할라 - 
다이버젠스 0.334581%」


발할라(Valhalla)
ㅡ 북구신화에서, 주신 오딘이 있는 궁전의 이름.








[21.DEC, 2011 AM11:31]

 1년 반만에 보는 그녀는, 당차고, 사람을 다가가게 할 수 없는 오오라를 내뿜고 있다. 어떤 의미로 그것은, 그 시절과 변함없이 마음을 긴장시키고 있다는 것을 손바닥 보듯이 뻔하고, 그렇게 만들어버린 책임의 일부가 나 자신의 ‘어리석음’ 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통감하게끔 한다. 피부가 베일듯한 12월 유럽의 냉기는, 누구나 외출을 주저할 정도. 그 속에서, 그녀는 실외 테라스 구석에 1개만 놓여진 벤치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다. SERN의 프랑스 관리지내에 있는 아파트 같은 멋드러진 건물. 그 3층에 있는 테라스는, 다른 연구시설 따위에 둘러쌓여 있는 탓에 주변의 한가로운 전원풍경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눈 아래의 중앙정원에도 사람의 기척은없고, 말라버린 낙엽이 떨어진 나무들 탓에 적막함마저 느껴진다. 


 세계최고봉의 소립자물리학연구소. 하지만, 분위기는 일본의 대학과 거의 변함 없었다. 그녀는 나를 눈치채지 못하고, 먼 하늘치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모르겠다. 모르겠지만ㅡ


 그녀의 얼굴 모습을.


 그녀의 목소리를.


 그녀의 몸짓을.


 나는, 확실히 떠올릴 수 있다. 계속, 재회하고싶다고 바라왔다. 1년 반만이다. 생각해보면, 같이 지내온건 고작 약 2주. 그래서, 떨어져 지내게 된 시간 쪽이 아득하게 길다. 그래도, 그녀는 내 소중한 동료 중 1명이다. 눈물이 나오려는걸 꾹 참고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는걸 확인하면서, 나는 그녀가 앉아있는 벤치의 옆에 섰다.


“어…?”


 깜짝 놀래 몸을 움츠리며, 그녀가 날 눈치챈다. 눈이 맞았다. 놀래키는건 성공했다. 그녀의 표정이 그것을 대변해주고 있다.


“조수여ㅡ.”


 나는 적어도, 그렇게 부르는걸 택했다.


“오랜만이군.”


“오카베, 당신… 어째서….”


 마키세 크리스는, 묘연한 채로 허리를 일으킨다.


“너를, 마중하러 왔다.”


“…….”


 크리스는 할말을 잃었다고 생각하다가,


“풋….”


 잠깐, 진지하게 이야기하는데, 왜 갑자기 비웃냐!


“폼 잡기는. 중2병 수고염…. 1년 반만인데도, 변함없이 호오인 쿄우마네.”


“내 진정한 이름을 멋대로 조동사로 쓰지마라.”


 그리고, 이렇게 보여도 호오인 쿄우마 모드로 돌아온건 최근의 일이다. 간단히 말하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도 실제로 말할 때마다 계속 오들도들거린다. 내가 얼마나 위험한 다리를 건넜는지 생각만 해도 다리가 풀릴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적어도 크리스에겐 전하지 못했다.


“…… 조수, 네.”


 그리운 듯이, 그녀는 쓴웃음진다.


“당신에겐, 그 때 여러가지 적당하게 불렸었지…. 크리스티나라든가, 좀비라든가. 제대로 불러준적 따위, 한번도 없었고. 지금, 당신에게 묻고싶은건 엄청 많은데…. 어째서, 그런 아무래도 좋은 것만, 생각날까….”


“네겐, 미안하게 생각한다.”


“사과하지마.”


 크리스는 작게 어깨를 으쓱대고 천천히 일어나서, 내 쪽을 바라본다. 한 발씩, 확인하는 듯이 내게 걸어와서.


“저기 오카베. 나는… 지금도, 라보맨일까?”


“당연하다.”


“다행이다….”


 라고, 갑자기 크리스는 얼굴을 구깃구깃 일그러뜨리더니, 내 가슴에 달라붙어왔다.


“이제 두 번 다시, 못 만날거라 생각했어….”


 크리스의 가는 몸을, 살며시 감싸안는다. 그녀의 따스함을, 이곳에 그녀가 있다는 현실을, 온몸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크리스의 몸은, 추위 탓에 차가웠다.


“당신이나 하시다는, 이미 죽진 않았을까, 하고…. 흑.”


“마중이 늦었군.”


“그래서, 일일이 잘난 척만 하지 말라고, 이 중2병…. 흐흑.”


“크리스티나….”


“우, 우는게 아니야.”


 아무리봐도 울고있다. 목소리만 해도 떨리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것을 순진하게 받아들이기에는, 지금의 우리들에겐 불가능했다. 그, 아무것도 모르고 오직 지적호기심만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했을 시절에는 모든것이 결정적으로 변해버렸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재회를 기뻐하고있을 정도의 여유는 없다.


“크리스티나, 여기서 빠져나가자.”


“빠져나가다니, 어디로ㅡ”


“말했잖아. 너를 마중왔다고.”


“그럼, 진심으로…?”


“SERN 탈출작전. 코드네임, 작전명 ‘천국으로 이르는 길(발할라)’ 다. 함께, 아키하바라에 돌아가자, 크리스.”




[21, DEC, 2011 AM11:36]

 모든 것이 변해버린 1년 반 전. 단순한 대학생이었던 내게 일상을 빼앗긴 날.


 ㅡ그 날의 총성이, 지금도 환각으로 들려올 때가 있다. 나의 소중한 ‘인질’ 은 그곳에서 머리를 맞아,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ㅡ그 문자를, 지금도 마음 구석에 떠올릴 때가 있다. ‘실패했다’ 라는 절망에 가득찬 편지를 받았던 나는, 세계의 의지가 너무나도 잔혹한 결말을 바라고 있다는걸 느꼈다.


 둘 다 그렇게 되는 인과를 일그러뜨려버린 자업자득. 알고있다해도 그 부조리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까지 1년 반이 걸렸다. 소중한 동료가 두 명, 나의 어리석은 행동 탓에 희생이 되었다. 그 중 한 명은 나의 ‘인질’ 이다. 다른 한 명은 미래에서 온 ‘친구의 딸’이었다. 많은 희생을 앞에 두고,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금, 이곳에 있다.


 SERN. 2034년에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하여 세계에 디스토피아 사회를 구축하는, 소립자물리학 연구소. 300인 위원회 직속의 연구기관. 마유리의 원수. 스즈하의 적. 우리들을 연금한 장본인. 모든 것은, 우리들이 우연하게도 타임머신을 만들어버린 것이 발단이다. 그 사실은, 마찬가지로 극비리에 타임트래블 연구를 행하던 SERN의 비공식 하부조직인 라운더에 의해 가로막혀 버렸다. 잊을 수 없다. 2010년 8월 13일. 우리들이 랩이라 부르던 장소에 있던, 아키하바라의 구석진 오래된 빌딩 근처에서 녀석들은 습격을 준비해왔다. 그곳에서 마유리는 총에 맞았다. 나는 그것을 거부하기 위해서 과거로 돌아가고. ‘존 타이터’ 이자 2036년의 타임트래블러기도 한 아마네 스즈하와 협력하여 미래 그 자체를 크게 바꾸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실패’ 했다. 스즈하는 서력 2000년에 자살했다. 나는, 스즈하와의 추억을 지우려는 D메일을 보내지 못했다. 몇 번이고 타임리프 머신을 사용해 발버둥을 쳐봤지만, 그것도 헛수고로 끝났다. 내가 ‘포기해 버린’ 것으로, 미래는 개변되지 않고 마유리 또한 머리를 쏘여 죽었다. 타임머신은 빼앗기고, 우리들은 라운더에게 잡혀 이 SERN에 연행되었다. 나와 하시다 이타루는 크리스와는 다른 장소에 연금되어, 서로의 무사를 확인할 수도 없는 채로 1년 반을 지내왔다. 너무나도 긴 1년 반이었다. 하지만 슬슬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다. 


 세계선변동률(다이버전스) 0.334581%.


 그것이, 내가 아키하바라를 떠나기 직전에 관측한 세계선의 수치며, 이후로 한번도 리딩 슈타이너는 발동되지 않았다.








[21, DEC, 2011 AM11:47]

 크리스가 있던 시설은, 외견은 멋들어지지만 내부는 마치 격리병동이었다. 창문에 철격자가 둘려져있진 않지만 크리스의 개인실로서 적당히 되어있는 방의 천정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프라이버시는 완전무시, 라는 말이다. 물론 나와 다루가 연금되어있던 다른 시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루는 「바닥에 장판도 없냐능 웃기지마!」라고 항상 탄식하고 있다. 오히려 너나 웃기지마 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크리스를 데리고, 테라스가 있는 3층에서 1층까지 달려갔다. 1층 복도로 가는 도중에는 컴퓨터 제어로 락된 철격자의 게이트가 있다. 지금, 그것은 개방되어 있다.


“오카베, 이건….”


 철격자를 삐져 나왔을 때, 크리스가 나의 손을 뿌리치고 멈췄다. 새파랗게 질린 표정. 시선은, 철격자의 바로 옆을 향하고 있다. 그곳에 듬직해 보이는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24시간 태세로 교대근무를 하던 경비원이다. 게이트의 락은 이 경비원이 가지고 있는 열쇠를 빌려 풀었다는 것이다.


“당신이, 그랬어…?”


“재운 것 뿐이다.”


 말 뼈에, "나는 라운더와 다르다" 라는 의지를 포함해서, 무뚝뚝하게 그렇게 답한다. 이 남자가 매일 반드시,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의 커피 자판기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1개월정도의 조사로 밀어붙인 것이다. 나중엔 그곳에 수면제를 타놓았을 뿐이었다.


“그보다 서두르자. 슬슬 라운더녀석들이 이변을 눈치챌거야.”


 녀석들은 크리스 방의 감시카메라로 항상 엿보는 행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역시 계속 크리스가 방에 돌아오지 않는다는걸 조만간 눈치챌 터.


“라운더….”


 크리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여기에도 있는건가. 그거야, 있겠지.”


“우리들을 이곳에 데려온건, 녀석들이니까.”


“하시다는? 지금 어딨어?”


“걱정하지 마라. 녀석은 변함없이 변태다. 이 작전을 꺼낸것도 다루야.”


“그 녀석이 오카베보다 의욕을 보인다니, 의외네.”


“올해 겨울 코미마 어떻게든 가고싶다능, 이라는게 동기다.”


“덧붙여 말할게. 바보들이라고.”


 변함없이 크리스는 나와 다루에겐 용서가 없구나. 기뻐졌다. 별로 M이라서 그런건 아니다. 로비를 뚫고, 정면의 입구에서 밖으로 나왔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 부근에 있는 이곳은, 아키하바라에 비하면 엄청나게 춥다. 사람은 거의 없다. 아키하바라나 이케부쿠로의 길거리를 생각하면, 쓸쓸함을 느낄 정도다. 그래서 밖을 돌아다니는 것 만으로도 눈에 띄어버린다. 경비원의 모습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어디로 갈 생각이야? 공항?”


 데네브 국제공항은 여기서 몇 키로나 되는 거리다. 일본에 돌아간다면 그곳을 통하는게 가장 손쉽고 빠르겠지. 플랜A로써 나도 맨 처음에 생각한 방안이었지만, 리스크가 너무나도 크다는 결론에 달했다.


“아니, 플랜B로 간다.”


“그 플랜B란 것에 대해서 kwsk”


“LHC로 간다. 그곳에서 합류한 동료가, 헬리콥터를 가지고 기다린다는 이야기다.”


“잠깐, 헬리콥터라니. 그런 동료가, 누군데?”


“다루를 통해 아는사이라는 녀석이다.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이 작전은 그 녀석이 없다면 실현 불가능했다. 별명 밖에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의 이름은ㅡ”


 나는 잠시 멈춰서서, 크리스를 향해 바라본다.


“질 풍 신 뢰 의 나 이 트 하 르 트.”


“또 중2…? 나이트하르트라는 이름이지만, 일본인이지?”


“다루의 설명으로는, 일본의 넷 게이머라는 것 같다.”


 다루에게 나이트하르트의 속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받았던 적이 있다.


「질풍신뢰의 나이트하르트라면, 엔스하는 놈이라면 모르는 녀석은 없다능. 블라츄의 세이라 좋아하는걸로 유명. 나는 에린땅파지만, 나이트하르트와는 언젠가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능. 뭐 확실한건 2년전의 시부야 지진직전에 있었던, 에스퍼소동 기억하냐능? 그거 스크램블 교차점에 나타난 보잘것 없는 고등학생이 나이트하르트의 본체라는 소문이라능」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니, 크리스는 얼굴을 찌푸린다.


“흐음. 에스퍼 소동 얘기는 살짝 들은 적이 있어.”


“실력은 확실하다. 넷에 정통하고, 인맥도 엄청나다… 라는 것 같다. 다루도 대단하지만, 그 위에 있을 정도다.”


“신용해도 괜찮을까.”


 답하려고 하던 그 때, 멀리서 휘슬 소리가 울려퍼졌다. 놀라서 소리 쪽에 시선을 향하니, 자전거에 탄 경비원이 피리를 풀면서 이쪽에 향해오던 참이었다.


“큭, 들켰다!”


 서둘러 도망가려니, 크리스의 손을 뗀다. 그 직후. ‘탕’ 이라는 메마른 발포음에 귀를 의심했다. 총을 쏜건가? 


 휘슬을 부는 경비원의 뒤에, 동시에 2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부 우리들에게 총구를 향해, 프랑스어로 뭐라고 소리치고 있다. 아무런 주저도 없이, 아무런 경고도 없는 발포. 엉망진창에도 정도가 있다. 둘 다 경비원의 모습은 하고있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이 거리라도 판별가능한 육체는, 소립자 물리학의 연구자로서는 너무 이질적이다. 즉 녀석들의 정체는ㅡ


“라운더놈들, 예상 이상으로 대응이 빠르다! 크리스, 도망치자!”


“하, 하지만, 저 사람들, 총을…!”


 크리스는 몸을 웅크려버렸다. 달려나갈 타이밍을 놓친 나는, 크리스를 감싸려고 그 어깨를 감싸안았다. 경비원 포함, 라운더라고 생각되는 3명의 남자들과의 거리는 대략 20미터. 녀석들은 부지내를 헤치고 일반도로로 이어지는 곳 까지 따라오고 있었다. 여기서 멈춰서 있다간 금방 증원을 불러서 탈출하기 전에 전부 끝나버린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녀석들은 주저없이 쏘겠지. 이 거리에서 발포했을 경우, 명중할 확률은 어느정도지? 내가 맞는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크리스에게 맞아버릴 가능성도 제로가 아니다. 내가 얼마나 몸으로 막고있다 해도, 확률을 제로로 할 수는 없다. 그것을 생각하니, 냉정할 수 없어졌다.


 어쩌면 좋지?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ㅡ 패닉상태가 되어버렸다. 처음에 피리를 불었던 경비원이 이미 도로를 건너오려고 한다. 도망쳐야 하나, 맞아야 하나. 그 어느쪽도 실패할 것 처럼 생각되어버려서. ‘스즈하의 편지’ 를 처음에 읽었을 때와 같은 절망감이, 목 안쪽에서 올라온다. 격렬한 구토감. 안돼. 나는 아직, 1년 반 전의 사건을, 극복하지 못했어ㅡ


 그 때, 짧은 크랙션 소리와 함께, 일반도로를 차가 가로질러왔다. 남자들의 주의가 일제히 쏠린다.


“지금이다!”


정신차려보니 크리스의 손을 끌고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등 뒤에서 복수의 총성이 들려온다. 소름끼친다. 두려움에, 보잘것 없게도 비명이 나오려는 것을 이를 악물고 견뎌낸다. 명중하면 죽는다. 그것이 억지로 의식되어 온몸에 오한이 든다.


 ㅡ피어나는 광경은. 라보의 바닥에, 피를 흘리며 마유리가 쓰러져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소꿉친구인 소녀. 뜬 채로 빛이 사라진 눈동자는 원한스럽게 나를 바라보고 있고. 나의 시야는, 붉은 피의 환영으로 물들어 갔다.








[21, DEC, 2011 AM12:03] 

 비상계단에는, 붉은 비상등만이 켜져있었다. ㅡ 이건 환영이 아니야. 몇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그것을 일일히 자신에게 되새길 필요가 있었다. 어두컴컴하고, 그리고 길고 긴 계단. 도중에 문 같은 것은 일절 없다. 지상에서 지하 100미터까지, 완전히 한 길이다. 아래에서는 단연적으로 땅울림 같은 소리가 울려온다… 라는 느낌이 든다. 마치 지옥으로 가는 문이다. 그 문을 목표로, 나와 크리스는 달려 간다. 몇번인가 발을 접질렀지만 멈출 여유는 없었다.



“저기, 상처는, 괜찮아?”


 뒤에서 따라오던 크리스가 숨을 몰아쉬며 그렇게 물어온다. 나의 다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스쳤을 뿐이다. 조금 통증이 있는 정도니까, 걱정하지마라…!”


 그 정도로 난사했는데도 이정도의 상처로 끝난 건, 라운더의 실력이 슬플정도로 허접했는지, 아니면ㅡ


 그런 결과에 수속되었으니까, 인가.


 아무튼 간발의 차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금 내려가는 계단은, SERN의 지하 100미터에 건설된 전장 27km의 링형 터널, 라지 하드론 콜라이더로 이어지는, 평소엔 사용하지 않는 비상계단이다. 크리스가 연금되어있던 시설에서 가장 가까운 ‘LHC로 내려가는 통로’ 가 이곳이었다. 자물쇠를 부수고 이곳에 침입하여 내려가기 시작한지 슬슬 5분.


“하아, 하아, 하아….”


크리스의 숨이 거칠다. 계단을 내려가는 다리가 보기만 해도 둔해져있다.



“멈추지마, 크리스티나! 이제 곧, 지하에 도착한다. 그때까지 참아랏.”


“아, 알고있어…. 윽.”


 아마도 방금 전의 라운더 녀석들은 따라오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이야 말로 플랜B가 노린 것이며, 공항이 아닌 일부러 이렇게 지하로 도망치는 이유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 지하에 도착할 때까지는 발을 쉴 수는 없었다. 이윽고, 갑작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아무런 전조도 없이, 영원히 계속될줄 알았던 계단이 끝을 고했다. 잠겨있지 않은 금형 펜스의 문을 가볍게 밀어내니,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그것은 열렸다. 우리들은 말 없는 채로 어깨너머로 숨죽이며 문을 밀어내고, 터널로 내려왔다.


 이곳이, LHC. 세계 최대의 소립자 가속기. 폭과 높이가 3미터 정도의 터널 벽은 콘크리트로 되어있었다. 너무나도 좁다고 느껴지진 않지만, 커브되는 길의 끝쪽까지 볼 수는 없다. 비상계단의 어두움과는 대조적으로, 난간폭에 조명이 배치되어있기 때문에 꽤나 눈부신 느낌이었다. 도래한 불안을 없애려고 일부러 허세로운 말투로 나는 말을 꺼냈다.


“이곳은 우로보로스냐, 호일 오브 포츈인가…!”


“지긋지긋하네….그래도 그런건, 지금은 그만해….”


 크리스에게 약이 되지 않고, 자신의 두팔을 감싸고 있다.


“저기, 방금 전 사람들… 따라올 가능성은?”


“녀석들은 안 와. 이곳은 지금 바로, 실험이 행해지고 있으니까.”


“실험이라니, 양자- 양자충돌실험?”


“그건 표면상의 이야기잖아? 우리들은 1년 반 전에, SERN이 하고있는 ‘실제 실험내용’ 에 대해서 알고있을 터다.”


“Z프로그램…!”


 미니 블랙홀 생성과 그것을 이용한 타임 트래블 실험. 10년 전의 2001년부터 극비리에 행해지던 그 실험의 내용은, 비인도적인 것이다. 생성된 미니 블랙홀에 피해자를 집어넣고, 그들은 정말로 먼 과거로 랜덤으로 날려버린다. 그 생사에 대해서는, 도저히 고려하지 않는다.


“미니 블랙홀을 만드는 곳으로 내려오다니, 자살행위야…! 젤리맨 레포트를, 잊은거야…!?”


“잊을리가 없잖아. 오히려 기억하고 있으니까 이곳으로 도망친거다.”


“아, 그런가…. 그래서 라운더 녀석들은….”


 녀석들도 젤리맨이 될 위험은 피하고싶었던 것 같다. 출입금지 중인 LHC는 그야말로 도주루트에 걸맞는다는 것이다. 위험은 예상한 바. 그래도 라운더에게 도망가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나는 터널 내에 무작위로 블랙홀이 출현한다는 듯한 사태는 없으리라 파악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LHC는ㅡ 라기보다 SERN은, 이미 예전에 크레이터화 되었겠지. 하지만 그래도 위험하단건 변함없다. 라운더 녀석이 따라오지 않는게 그 증거다. 한 번 가동을 시작한 LHC는 그렇게 간단하게는 멈추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도망가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 때,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이 진동하는 감촉이 있었다. 서둘러 꺼낸다.


“휴대폰, 갖고있어? 나는, 여기 왔을 때 뺏긴 이후, 돌려주지도 않았는데.”


“나이트하르트에게 제공받았다.”


“일본에서 일부러 보내온거야?”


“녀석의 대단함은 넷을 구사해서 전세계 어디에서도, 바라는 물건을 구현화할 수 있다는군.”


좀 판타지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체험한 몸으로서 마법이라고 말해도 신기하지 않았다. 어떤 방법을 쓰면 그 물건이 생기는지 신기할 뿐이었다. 이런, 그것보다 전화다. 이 휴대폰에 전화하는 상대는 1명 밖에 없다.


“여보세요, 나다.”


“오카린, 마키세씨와는 합류했냐능?”


“그래. 예정보다는 늦었지만. 마침 지금, 페이즈 3까지 완료했다. 상황은?”


“오카린, 오랜만에 생생하다능, 중2병적인 의미로. 지금 당장 과학자녀석들은 LHC를 멈출 생각은 없는것 같다능.”


“그럼, 페이즈4는 변경 없는거냐?”


“앞으로 2시간 이내에, 합류 포인트에 도착하지 않으면 큰일난다능. 가능해?”


“맞추지 못하면 끝이다. 도착 해보겠어. 너도 조심해라. 이 작전을 성공시키고, 반드시 유명해지는 첫날로 만들어 보겠다.”


“우히히, 당연하다능. 인류의 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전쟁과 에로라능.”


 질렸기 때문에 한숨이 나올것 같아서, 전화를 끊었다. LHC는 지금도 Z프로그램의 타임 트래블 실험을 행하려 하고 있다. 아마 이번에도 인체실험이겠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피험자가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들에게, 그 피험자를 구할 방법은 없다. 그 사람을 신경쓸 여유도 없다.


“하시다는, 어디서 전화를?”


 크리스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이 녀석도 운동은 힘들어하는군.


“나와는 다른 행동으로 이미 LHC내에 들어와있다.”


“엥? 그래?”


“그래. 해킹해서, 지금쯤 SERN을 대혼란시키고 있을 것이다.”


 라운더의 대응이 둔한것도 그 영향이다. 이제야 숨을 가다듬은 나는,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터널 내에 사람의 기척은 없다. 귀에 들어온 것은 땅울림 소리 뿐. 실험중이란걸 생각하면 너무 조용한것도 설명된다. 어쩌면 이게 LHC에게 있어서는 ‘보통’ 인가. 눈에 들어온 것은 터널 한가운데에 위치한, 은색으로 빛나는 ‘파이프’ 같은 것이다. 전장 27km의 터널은, 이 직경 1미터 정도의 ‘파이프’ 같은 것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소립자가속기. 가속동굴이라 할수도 있다. 이 ‘파이프’ 같은 것이야말로 LHC의 본체. 그것을 상상하니, ‘파이프’ 의 표면을 만지는걸 주저해버렸다. 그럴린 없다는건 알고 있어도, 조금이라도 만지면 폭발이라도 할 것 같아서 무섭다.


“봐라, 크리스티나. 지금 바로, 이 안에 광속의 99.9999991%라는 굉장한 스피드까지, 양자를 가속시키는 중이다.”


“…… 그러네.”


 크리스는 그 ‘파이프’에 흥미를 가지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능한 한 다가가려 하지 않으려는 듯이 벽쪽에 붙어있다. 이상하군. 이 녀석은 무수한 실험 좋아하는 아이면서, 호기심 병적인 이과인간이었을 텐데. 내가 아는 크리스라면, 이전에 흥미를 보였을 것이다.


 눈으로 물어본다. 내 시선을 눈치챈 크리스가, 기분 나쁜듯이 터널 앞으로 시선을 옮겼다.


“…… 오카베는, 무섭지 않아?”


“너는, 무섭냐?”


“…….”


 호기심보다도 공포가 앞선다, 라는 말인가. 방금 사격도 영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보다, 어느쪽?”


 어디로 가야되는지 물어보는 듯 하다. 친절하게도, 벽에는 프랑스어와 영어로, 안내가 적혀있다. 나이트하르트와의 합류 포인트는, ‘CMS’ 라 불리는, LHC에 몇개 있는 관측소 중 한 개다.


“흐음. 여기서면, LHC의 링의 정반대 위친가. 꽤 먼 거리네.”


“하지만 가장 경비가 약하다, 라는 것이지.”


“위에서 둘러보거나 하진 않아…?”


“그 때문에 다루가 해킹한거다. 눈 앞이 깜깜할걸.”


 그리고, SERN은 요새따위가 아니다. 라운더가 SERN 내부로 이동해 대기하지도 않다. 모든 LHC의 추입구를 막는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곳에, 비집을 틈이 생긴다.


“여기서 합류지점까지, 약 2시간내로 돌파해야한다.”


“거리는?”


“대략 10km정도, 군….”


“단순계산으로 시속 5km인가. 빨리 걸어가면 어떻게든 될 거리긴 하지만….”


“녀석들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너는, 10000미터를 달려갈 수가 있나?”


“없는데….”


 나는 끄덕이고, 다시 크리스의 손을 잡고, 달렸다.


“자, 잠깐 오카베, 잡아끌지마…!”


“예정시간에 나이트하르트와 합류하지 못한다면, 끝이다. 조금이라도 서둘러서 도착해야 해.”


“나, 체력에 자신, 없어….”


“나도야.”


 게다가 발도 부상을 입었다. 방금 총상입은 상처는 깊진 않지만 통증이 좀 있다. 그래도 이 거리에서 징징댈 상황이 아니었다.


“…… 멋대로네, 정말로.”


 크리스는 자포자기한듯이 살짝 고개를 저었지만, 그 이상의 불평은 하지 않았다. 1년 반만의 재회. 쌓인 이야기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탈출한 뒤라도 늦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자신에게 되새겼다.

[21,DEC,2011 AM13:32]

 LHC의 링내는 춥다. 지하라고 해도 밖보다도 더 추운 느낌이 든다. 거의 쉬지않고 달려가고 있으니 그런 추위가 오히려 불을 쐬는 것 같아서 몸이 편한 것 같았다. 역시 10km의 거리를 달려가는건 무리겠지만, 운동이 버거운 나와 크리스로서는 꽤나 긴장하는 쪽이었다. 지옥의 고통스러움이기도 하고 목도 칼칼해졌지만, 덕분에 합류지점까지는 예정보다 30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오히려… 너무 서둘렀잖아…. 하아, 하아….”


 이제 못걷겠어, 라는 표정으로, 크리스는 그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나도 바닥에 양발을 털썩 걸치고 유산이 쌓인 몸을 쉰다. 조명이 꺼져서 어두운 머리 위를 서서히 올려다본다. 저 이상하게 높은 천정을 바라볼 수는 없었다.


 CMS. 쥐죽은 듯이 조용한 관측소는 신비성마저 느껴진다. 마치 제단이라 말해야 할까. 소립자충돌실험 때, 그 소립자의 움직임을 관측하기 위한 LHC에 복수의 관측소중의 하나. 그것이 CMS다. 이것은 6단의 빌딩과 거의 같은 높이. 중앙에 치솟은, 마치 만다라같은 외견을 가진 거대한 관측장치의 모습은 완전한 신메트리. 그곳에서 혈관처럼 뻗어나온 무수한 코드. 다루는 한 때 곧잘 이것의 사진을 보고 ‘모에하다’ 라고 이야기 했었다. 현재 진행중인 Z프로그램 실험은 다른 관측소에서도 행해진다. 지금의 CMS는 가속된 양자에 비하면 통과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 크리스에게는 이곳이 당면의 골지점이었다. 지금까지의 10km 가까운 길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동굴엔 사람의 기척은 없다. 역시 아직 나이트하르트는 오지 않은 것 같다. 다루와도 이곳에서 합류하게 되어있다. 만약을 위해 휴대폰으로 전화해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다루는 받지 않았다.


“그 녀석, 뭐 하고 있는거야….”


 혹시 이동중일지도 모르겠다. 불안하게 하지 말라고. 정말로.



 일단 휴대폰을 넣었다. 잠시 후에 한번 더 연락해 보자. 벽에 등을 기대고있는 크리스의 옆으로 이동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게 되었다. 이 시간을, 크리스와 이야기하는 것으로 쓰고 싶었다. 고개를 숙이고 숨을 고르고있는 크리스는 옆에 앉은 내 옆모습을 힐끔 보다가 바로 고개를 숙인다. 물이라도 있다면 넘겨줬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도움되는건 없다.


“…… 이 1년 반, 어땠어?”


“너와 마찬가지다. 계속 연금되어 있었다.”


 식사는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3끼 준비해주고, 목욕도 했다. 희망하면 책이나 DVD, 게임도 준비해줬다. 24시간, 계속 카메라로 감시받고 있고 외부와 연락을 취하는건 금지되었지만, 그 밖엔 어떠한 부자유도 없었다. 다루와는 동실이었지만, 그 녀석은 내가 자력으로 일어설 때까지 도무지 간섭하지 않았다. 연금되었던 방은 넷이 연결되어있지 않았는데도, 다루는 어떻게 했는지 능력자 ㅡ 나이트하르트 ㅡ 와 연락을 주고받고, 이 오퍼레이션 발할라의 준비를 진행해 갔던 것이다.


“…… 실험은, 보여줬어?”


“실험? 무슨 이야기냐?”


“Z프로그램의… 인체실험.”


 그리고는 크리스는 괴로운 표정을 했다.


“입회시키지 않았어?”


“…… 아니.”


“나는, 입회를 강요받았어. 그리고는, 실험의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까지 받았어. 마치, 내가 그 프로젝트에 참가하는걸 기대하는 것 처럼.”


 확실히 크리스의 두뇌는, SERN으로서는 적극 이용하고 싶었을 것이다. 전화렌지(가칭)을 만든건 다루고, 그것을 타임리프 머신으로 개량한건 크리스였다. 실제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단지 대단한듯이 이래저래 망상을 흘리고있었을 뿐이다. 그런 의미로, 이곳에 끌려온 이후의 녀석들의 우리에 대한 대응의 차이는, 납득이 갔다.


“그럼, 피험자가 젤리맨이 된다는 실험을, 보여준거냐?”


“피험자로 선택된 사람들은, 누구 한명도, 지금까지의 실험결과를 알고있지 못했어. 오히려 그들은 전부, 인류사상 첫 타임 트래블러가 된다고 부추겨져서 실험에 참가했어.”


“…….”


 실험에 입회했다는 것. 그것은 즉, 살인을 바라본다는것과 마찬가지. 하지만 크리스에겐, 피험자를 살려주는 일 따위 할 수 없다. 그 딜레마는 정신적 고문이라 말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어디에도 끌고가지 않았고, 무언가의 실험의 입회를 강요받지도 않았다. 나와 크리스는 머리 구조가 다르니까. SERN이 필요한것은 내가 아닌 마키세 크리스의 두뇌다. 그런데 질투하면 어쩌자는거냐. 나는 바보냐!


“저기, 오카베.”


 크리스는 나를 보려하지 않는다. 어두컴컴 속에서, 쭈그려 앉은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공허하게도 보였다. 이 1년 반, 크리스는 단 홀로, 도저히 마음 편히 있지 못하는 나날을 지내왔을지도 모른다.


“이곳을 탈출하면, 어쩔 생각이야?”


“나는, 아키하바라에 돌아가서, 그 뒤에, 과거를 바꾼다….”


 한 번 더. 과거를 바꾸는 것으로 미래를 바꾼다. 리딩 슈타이너라는 능력을 가진 나라면, 그것이 가능하다.


“나는, 마유리를….”


 마유리를, 살리고 싶어. 한번은, 포기해버린 패배자. 그것이 지금 나의 모티베이션이 되어있다.


“바꿀 방법을, 찾았어?”


 듣고나서,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래, 바꾸는 방법따위 모른다. 내 마음속에 있는건 단지.


 ㅡ과거를 바꾸고 싶어.


 ㅡ1년 반 전에 잃은 소꿉친구를 되돌리고 싶어.


 그 생각 뿐.


“과거를 바꾸고 싶다면, 여기서 도망칠 필요따위 없어.”


“…… 뭐라고?”


“아마네씨 이야기 기억해?”


 1년 반 전, 일본의 넷 게시판에 나타난 미래인 존 타이터. 그 ‘실물’이자 라보맨 넘버 008로서 내가 동료로 맞이해준, 아마네 스즈하였다.


“2034년, 지금부터 23년후, 인류는 사상 처음으로 타임머신의 실용화에 성공한다. 개발한건… SERN이야”


“…… 그런데?”


“과거를 바꾸고 싶다면, 지금 도망칠 필요는 없어.”


 크리스는 한 번 더 같은 말을 반복했다.


“바꾸고싶다고 원한다면, 오히려, 당신은 SERN의 실험에 협력해야 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마유리를 살릴 해법만 생각한다면, 그것이 답. 적어도 23년만 기다리면, 2010년의 아키하바라에 ‘간섭’ 할 방법은 생겨.”


“마유리를 죽인건, 라운더와 SERN이야.”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참았다.


“그 녀석들에게, 손을 빌려주라고는, 말하지 마…!”


“미안…. 나는, 그럴 생각이….”


 나의 리액션에, 크리스는 바라보면서 고개를 숙인다. 물론 나도 크리스가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건 안다. 그래도 분노를 숨길 수 없다. 이 1년 반, 포기해버렸던 내 마음속에, 아직 이렇게나 타오로는 감정이 남아있다니. 자신도 의외였다.


“가능성의 이야기, 야…. 감정을 일절 제거하고, 마유리를 살리는걸 최우선으로 할거라면, 최선의 해답은 뭐라해도….”


“그렇군, 합리적 판단이라는 거지. 하지만 나는, 합리적도 현실적도 아니다.”


 한 때 나는 광기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자칭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따위를 떠벌렸다. 하지만 지금 그런 상황에 직면하니, 그런건 자신의 감정이 용서치 않았다.


“저기, 아키하바라에 돌아가서, 그 뒤엔 어쩔거야…?”


 크리스가 우물우물대며 물어본다.


“마유리를 살리는 방법에, 아이디어는, 있어?”


“…… 한번 더, 타임리프 머신을 만든다.”


“무리야.”


 크리스는 눈을 감고, 힘없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건, 기적같은 우연이 쌓여진거야. 노려서 만들수가 없어….”


“너는, 설마 이곳에 남고싶은거냐!?”


 참지못하고 노성을 질러버렸다. 너무 감정적이 되어있다. 자중하라고 이성이 호소하고 있지만, 참을 수 없다. 이전의 크리스는 이렇게나 비굴하지도 네거티브하지도 않았다. 말은 당당하고 자신이 넘쳐있었다. 크리스도, 변해버렸나. 1년 반의 연금생활을. 내가 썩게해버려서. 이런 조수를, 나는 보고싶지 않다.


“그럴리, 없잖아…. 그래도, 1년 반이나 시간이 있어서, 여러가지 생각했어….”


 그래, 확실히 나도, 여러가지 생각했어. 무엇이 올바른가, 나는 착각하고 있는건가,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러던 중 내가 낸 결론이, 이 오퍼레이션 발할라다.


“스즈하는, 나와 다루가 만든 레지스탕스의 멤버였다. SERN에 의한 디스터비아 지배를 저지하려고 싸웠다. 그 녀석은, 뭘 타고 왔지? 답해봐, 크리스!”


크리스는 내 목소리에 몸을 떨며, 자신의 두 팔을 감싸안으려 했다.


“타임… 머신.”


“그렇다. 나와, 다루가 만든 타임머신이다. 미완성이었지만, 과거로는 날아갈 수가 있다. D메일도, 타임리프도 아닌, 물리적인 타임트래블을 실현시켰다. SERN을 빠져나와서…!”


 우리들은, 자력으로 타임머신을 만든다. SERN의 힘따위 필요없다. 이곳에 남을 필요따위 없다. 남아있어선 안 된다.


“아마네씨는… 가능하면, 생각하고싶지 않았지만….”


 하지만 크리스는, 거북한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뭐냐?


“당신이 타임머신을 말하려면, 속이지 않는 편이, 좋겠네.”


뭘?


“그녀가, ‘관측’ 을 한 2036년을, 기억해.”


“관측…?”


“25년 후의, 나와, 당신과, 하시다의, 상황.”


“…….”


 나도 모르게, 꿀꺽, 하고 숨을 삼켜버렸다. 크리스는 양손으로 얼굴을 덮고, 살짝 고개를 젓는다. 그 표정에서 얼마나 고뇌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나는… 모르겠어. 모르게 되버렸어. 이 1년 반,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머릿속은 엉망이 되고, 무엇이 올바른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없어서….”


 그리고 고개를 든 크리스의 눈은, 빨갛게 되어있었다. 울고있는… 건가?


“우리들은, 아마네씨가 이야기한 미래와 같은 결말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


“같은, 결과…?”


“아마네씨가 타고온 미완성품의 타임머신은, 당신과 하시다가 만들었어. 마유리의 죽음과, SERN의 디스터비아 지배를, 없었던 것으로 하기 위해서.”


“그래, 그렇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만해.


“아마네씨는? 그 타임머신은? ......마유리는?”


 그만해!


“실패했어. 아마네씨는, 실패했어. 그 편지를, 잊으면 안돼….”


 그 이상 말하지마. 내가 눈을 피하고있던 ‘결론’ 을, 말하지마!


“나는, 같은 실패를, 두번다시 반복하지ㅡ”


“수속하는거야, 오카베.”


 말하지마!


“같은 결말로.”


“어트랙터… 필드…!”


 세계의 의지. 결정론적 미래. 아무리 과거를 바꿔도, 미래는 같은 결과로 수속한다. 마치, 세계 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이끄는 것 처럼 절대성을 갖고.
사실 1년 반 전, 나는 몇번이고 타임리프 해서 손을 대봤지만, 마유리는 계속해서 생명이 끊어졌다. 나는 결국 그 수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것이, 어트랙터 필드. 다세계해석도 아닌, 코펜하겐 해석도 아닌, 2036년에 의한 ‘세계’ 의 고정법.


“어트랙터 필드가, 계속, 고정되었어. 우리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헛수고는 아닐까 하고…. 다른결과로 이르는 답 같은건, 존재하지 않을까 하고….”


 크리스는 말하면서, 눈가를 손가락으로 닦는다. 눈물에 목이 메였다.


“당신은, 그래도, 여기서 도망칠거야? 실패하는걸 알면서도, SERN에게 대항할거야?”


“나는….”


“게다가, 변한다고 생각하는거 자체가, 틀렸을지도 몰라…. 오카베가 리딩 슈타이너라는 변태같은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착각해버렸지만. 내가 보기엔… 아니, 당신 이외의 모든 인간이 보면, 세계선의 변동을 인식할 수 없는거야. 그럼, 결과나 과정이 변할리가 없어….”


 내 능력은 치트. 본래는 없어야 할 것.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겐 바꿀 찬스가, 있다.”


 헛수고라도. 그 주어진 찬스를, 나는 쓴다…!


“당신처럼, 나는, 강하지 않아….”


 크리스는 자조의 기분으로 웃는다. 눈물이 맺혀있는 웃음의 언밸런스가, 그대로 그녀의 정신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지금의 크리스는 너무나도 불안정하다.


“아마네씨의 ‘관측결과’ 가 무거워져서, 그 무거움에 나는 깔려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스즈하가 관측한 2036년의 마키스 크리스에 대한 평가. 그것은ㅡ


“‘타임머신의 어머니’…….”


 인류사상 첫, 타임머신 개발자. 디스토피아 성립의 원흉. SERN의 연구자.


“세계선이 수속한다면, 나는, 어떻게 하더라도, SERN에서 나갈 수 없어. 타임머신 연구에 쓰이게 되어버려….”


“그걸 증명하는건 누구도 할 수 없어.”


“모순이야, 오카베. 당신은 2010년의 아키하바라에 ‘타임머신이라 생각되는 것’ 을 타고 온, 자칭 ‘하시다의 딸’ 의 말을 믿었어. 그럼, 그녀가 말한 2036년의 상황도, 믿어야만 해.”


“그건ㅡ”


“당신도, 미래를 ‘예언’ 받았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돼….”


“나의 미래….”


 나는, 14년 후에, 죽는다. 스즈하에게ㅡ 존 타이타에게, 그렇게 예언받았다. 아니 예언이 아니야. 그건 스즈하에게 있어서, ‘과거에 일어난 사실’ 이었다. 예측이 아닌, 결과.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나는 그것을 부정해주겠다!”


 크리스에게 다가갔다. 어깨를 붙잡고, 정면으로 눈을 바라본다.


“모순이야….”


“아니. 모순이 아니야!”


“하지만, 모르겠어. 알이 먼저야? 닭이 먼저야? 저기, 어느쪽이야…!”


“D메일이다, 크리스. 그건 확정되어있는 과거에 간섭하는 것으로 현재를 바꾼다. 그것과 마찬가지야.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뀐다.”


쉽게 말하면, 뭐든간에 ‘결과’ 가 되어버린다.


“세계에는 지금 이 순간도, 무수한 ‘결과’가 태어난다. 동시에, "과정" 도 태어나고 있다! 무엇이 과정이고, 무엇이 결과냐. 그런건, 신밖에 모른다! 영화나 소설이 아니야. 명확한 구분따위 없어!”


 나는 자신의 미래를 확정따위 시키지 않겠다. 반드시 바꾸겠다. 마유리를 살릴 방법은 분명히 있다. 나는 14년 후에 죽지 않는다.


“수속을 회피하는 방법은, 반드시 있다. 스즈하도 그것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 녀석은 1975년으로 향한거다.”


 어트랙터 필드에서의 탈출. 세계의 운명을 크게 분기시키는 ‘원인’ 에 간섭하는 것으로, 다른 분기로 탈출 가능하다. 스즈하는 우리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스즈하에게는 그것은 IBN5100이었다.


“실패했지만,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근성론이란건 알고있다. 크리스가 그런 생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하지만,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는 안 된다.


“크리스. 너는, 어떠냐? 믿을거냐, 믿지 않을거냐. 어느 쪽이야?”


 각오를. 나는 묻는다. 나는 나 자신의 각오를 잡았다. 


 크리스는? 


 눈으로 묻는다. 너의 각오를. 들려줘.


“믿고싶어….”


 눈물을 닦지도 않고. 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 눈빛에는, 그 시절의 도전하는 듯한, 씹는듯한, 노려보는 듯한, 예리함이 있다.


“믿고싶어….”


 그것이 답이었다. 내 가슴에 기대오는 그녀를, 살며시 감싸안는다. 떨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등을, 상냥하게 쓰다듬어준다. 항상 만나고 싶었다. 1년 반이나 떨어져 지냈던 동료. 마유리를 살리기 위해서 함께 싸웠던 동료. 유일하게 시간과의 싸움을 지지해준 이해자. 크리스가 있었기에 나는 그 때 힘을 냈다. 타임리프 머신이라는 ‘지나간 찬스’ 를 얻었다. 지금부터의 곤경도 맞설 수 있는 느낌이 든다. 그 정도로 든든한 동료다, 너는. 크리스와 다루가 없으면, 나는 마유리를 구할 수 없다.


“반드시, 도망치겠다. 우리들은, 아키하바라에, 돌아간다.”


“데려가줘, 오카베…. 세계선의 수속에서, 나를….”


 수속따위 하게 놔두지 않겠다. 그 미래를, 우리들은 반드시 회피해 주겠다. SERN에게 도망가는 것. 오퍼레이션 발할라는, 세계의 의지가 아닌, 오카베 린타로의 의지다.








[21, DEC, 2011 AM15:04]

 예정 합류시간을 5분정도 오버하고 있다. 다루도, 나이트하르트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크리스와 손을 잡은 채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역시 불안해졌다. 절대로 늦지마라, 고 못박았던 것은 다루 쪽이다. 그 장본인인 다루가 오지 않은 것 만이 아니고, 지금까지 거의 완벽한 활약을 하고있던 나이트하르트마저 나타나지 않는건, 어떻게 된거지. 다루에게 한번 더 전화를 해본다. 이미 이렇게 걸어보는 것도 5번째였다. 어느것도, 받지 않았다.


“조용하네….”


 개운해진 표정의 크리스가 머리 위의 천정을 올려다보며, 살짝 읊조린다.


무음.


 들려온 것은 내가 귀에 댄 휴대폰에서의 신호음 뿐. 이 세계에는 우리들 이외의 아무도 없는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어버린다. 시간마저도 정지해버린 느낌이 들고. 이곳은 세계에서 단절되어 버렸다는걸 실감한다. 왜냐면 지하 100미터니까.


 다루, 어째서 전화 받지 않는거냐…? 나이트하르트도, 다루도, 예정시간인데도 이곳에 없는건 어째서지? 지상에서 나이트하르트와 라운더가 서로 총격전을 벌였다는 개그는, 봐줘…. 아니면 설마, 먼저 탈출해버렸나? 아니, 다루가 배신할 의미가 없다. 그럼, 무슨 사고라도 일어난걸까. 아니면, 내가 합류지점을 착각한건가? 하지만 이곳이 CMS란건 틀림없다. 그럼 그밖에 생각되는 요인은?


 ㅡ큰 구둣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나와 크리스는 허리를 숙여 몸을 숨긴다. 휴대폰은 넣었다. 다루는 결국 받지 않았다. 크리스가 달라붙듯이 몸을 기대온다. 구둣소리의 행방은. 우리들이 온 것과 역방향의 터널. 그곳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한 명 뿐이다. 역광에 의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구두소리로 알아낸 것은, 답답하다고 느낄 정도로 느린 발걸음. 그리고, 그 신발이 힐이라는 것. 나이트하르트는ㅡ


“여자….”


 고개를 갸웃거린건 크리스였다. 하지만 그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루는… 함께가 아니었나. 그렇다면 그 녀석, 어째서 전화를 받지 않는거지?


“저기….”


 크리스가 내게 달라붙은 채로, 속삭인다. 그런 작은 소리라도, 이정도로 조용하면 나이트하르트가 있는 곳까지 들렸을지도 모른다. 힐 소리가 빌딩 6층 만큼의 CMS내에 울려퍼진다.


“너무 조용하지않아?”


 라는 크리스. 그림자만으로 판단하면 나이트하르트라고 생각되는 여자의 스타일은 일본인에서 벗어나있다. 키도 크다. 혹시라도 나와 같을지도. 검은 슈트와 타이트스커트로 몸을 감싸고, 시원스레 걸어오는 모습은 헐리우드영화에 나오는 미녀 캐리어우먼이라는 모습이었다. 일본인이 아닌가? 얼굴이 확실히 보이지 않아서 어렴풋하다.


“너무 조용해? 당연하잖아. 그것보다 다루는 어디서 한눈을 팔고있는거야ㅡ.”


“너무 조용하다고, 오카베.”


 크리스는 어째선지 같은 말만 반복한다. “중요하니까 2번 말했습니다” 라는 넷속어를 떠올리고, 크리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여기로 내려올때는, 소리, 들렸었지?”


 들렸다. 땅울림과 비슷한 낮은 소리가 단연적으로 들려왔었다. 그것은 LHC의 가동음인가, 아니면 동굴의 소리일거라고 나는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 떨리는듯한 소리가, 멈춰있어.”


“멈췄… 다고?”


 귀를 기울여본다. 크리스의 말대로 멈췄다. 그 중저음은 지금 전혀 들리지 않는다. CMS에 도착한 직후는 어땠지? 여기서는 소리가 들렸던가? 모르겠다. 생각이 안난다. 거기까진 의식하지 못했다. LHC는 실험중일 터. Z프로그램. 양자- 양자충돌실험. LHC를 당장은 멈출 수 없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 소리가 들리지 않지…?


“미스터 오카베와, 미스 마키세죠?”


 당혹해하는 내게 나이트하르트가 말을 걸어왔다.


“질풍신뢰의 나이트하르트입니다. 후후, 이 이름으로 자기소개는, 부끄럽네요.”


 그 목소리는 침착하면서도, 지적이고, 전혀 중2병과는 인연 없어보이고, 질풍신뢰따위의 핸들네임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ㅡ


“여자… 였나요?”


 또, 크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의문이, 혼란직전의 나의 사고를 중단시켰다.


“본명은, 히이라기 아키코라고 합니다.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인.”


 크리스는 무엇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는거지? 나이트하르트가 남자냐 여자보다도, LHC가 멈춘것을 중요하게 봐야하잖아!


“LHC가, 멈췄어. 금방은 멈추지 않을텐데도…!”


 크리스의 손을 끌고, 나는 만다라 모양의 관측장치로 달려갔다. 터널로 늘어진 ‘파이프’ 는 그 거대한 관측장치를 관통하여, 나이트하르트가 나타난 쪽의 터널로 이어져있다.


“녀석들, 어째서 멈춘거지?”


 그 ‘파이프’ 의 표면을 만져보려고 했다. 만지는건 가능했다. 싸늘했다. 감각은 그 뿐. 안을 양자가 빛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아닌지, 만진 것 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직후. 앞뒤의 터널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사라졌다. 단연적으로. 스위치를 순서대로 내리는 듯이. 형광등이 CMS를 중심으로 차례대로 꺼져간다. 빛이 도망간다. 어둠에 눈이 익숙치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ㅡ힐 소리가 끊겨져간다.


“나이트하르트!? 어디냐! 이대로라면 큰일이다, 라운더가ㅡ”


“진정하십시오, 미스터 오카베.”


 냉정한 나이트하르트의 목소리가 이 넓은 CMS의 동굴내에 울려퍼진다. 결코 말투가 다급한것도 아닌데도, 그 목소리는 제대로 나의 귀에 닿았다. 단지ㅡ 그 목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지금은 파악할 수 없다. 조명이 사라져버려서 나의 방향감각이 미쳐버린 걸까? 크리스는 어디에 있지? 주변을 둘러봐도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만지고 있는 ‘파이프’ 에서 손을 뗄수가 없었다. 떼면 어둠에 먹혀버릴 것 같아서 무서웠다. 왜냐면, 이곳은 지하 100미터. 근처에서 미니블랙홀이 생성되고있는 장소. 마유리를 죽인 녀석들의 본거지.


“아무 걱정도 하지 마십시오. 전부, 예정대로니까.”


 나이트하르트가 그렇게 말한다. 위화감을 느낀다. 어떻게 이정도로 침착할 수가 있지?


“당신, 정말로 나이트하르트야…?”


 생각보다도 가까이에, 크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척이 있다. 그쪽으로 손을 뻗는다.


“크리스?”


“오카베….”


 크리스의 몸이 내 가슴에 날아왔다.


“미스 마키세는, 제가 나이트하르트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실례지만 이전에 넷상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만, 『쿠리오반과 카메하메파』씨?”


 더욱이나 나이트하르트의 목소리는 위치관계를 파악할 수 없다. 아니 그것보다도, 크리스는 지금 뭐라고 말했지?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에스퍼 소동 때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점에 나타난 고등학생은, 남자였다.”


“그 인물이 나이트하르트라고, 누가 증명을?”


“그건….”


“미스 마키세는, 직감으로 타인을 판별하는 사람이시군요. 조금 실망했습니다.”


 이 둘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


“저기, 알려줘. 예정대로라면 조명을 끈건 다루인가? 다루는 어딨지? 설마 잡혀간건 아니겠지?”


“오카베, 뭔가 이상해, 이 사람ㅡ”


 크리스가 속삭인다.


“그것보다, 라운더가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어서 탈출을!”


 그러기 위해서도, 다루와 서둘러서 연락을 하고싶어ㅡ


“라운더라면.”


 나이트하르트의 목소리는, 어째선지 즐겁게. 


“이미 있어요.”


 그 말의 의미를, 나는 순간 이해하지 못하고. 시야의 구석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척. 순간 시선을 둘러본다. 어둠속에 떠오르는 것은, 2개의 작은 라이트 그린색의 광점. 아니ㅡ 2개가 아니야. 점점 증식해 간다. 6......10......14......20...... 어둠에 숨은 수많은 녹색의 악마. 이것은. 눈이다. 10명의 인간의 붉은 눈이, 우리들에게 향하고 있다.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꼈다.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 녀석들은 누구냐, 어디에서 온거냐, 발소리가 도저히 들리지 않았는데. 이 광점은 적외선고글이다. 이녀석들이 있는 방향은 아마도 우리들이 2시간동안 달려온 터널이고, 이녀석들은 우리들의 뒤를 따라온건가? 다루나 나이트하르트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나? 그렇다면 어째서 알려주지 않았지? CMS는 정말로 조용하고, LHC에서 울리는듯한 가동음마저 멈춰있고, 들려온건 나이트하르트라고 생각되는 여자의 힐 소리였는데, 10명의 병사가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도 기척도 도무지 느끼지 못했다. 차나 자전거로 따라왔는지 엔진음도 페달을 밟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달려오는 발소리도 마찬가지다. 모르겠다. 모르겠어ㅡ


“움직이지 않는 쪽이 좋을거예요. P90의 총구가 당신들을 향해있으니, 움직이면 ‘실험’ 이 안되거든요.”


 나이트하르트의 말투는 어디까지나 온화했다.


“라운더…!?”


 내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정신차려보니 목이 말라있었다. 크리스도 할말을 잃고있다. 무장한 남자들이 따라오는 소리는 일절 없었다. 일절이다. 게다가 조명이 사라지고, 이 녀석들의 존재를 눈치채기까지 시간으로는 30초도 걸리지 않았을 텐데. 그것이 의미하는 것. 기다리고 있었던건 아니다. 이 CMS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가 숨어있는 기척따위 없었다.


“바로, 근처에 있었다…?”


“대략, 500미터정도 떨어지면, 충분했지요”


 나이트하르트, 히이라기 아키코라는 이름이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의미불명한 말을 한다.


“LHC 링의 커브라면, 그정도 떨어지면 볼 수 없습니다.”


 저 여자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갑자기 내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떨렸다. 누군가에게의 전화. 상대는 자명하다. 이 휴대폰번호를 아는 것은 다루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을 받을 수가 없었다. 이 어둠에서 시인(視認)할 수 없는건 둘 째치고, 10개의 총구에 노려져있다는 공포에 손가락하나 움직일 수 없다. 휴대폰의 파이프음마저도 시끄러워서, 어서 멈춰주길 기도해버렸다.


“계속 뒤에 붙어있는걸 눈치채지 못한건, 당신들 두 분이 무능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마치 칭찬하는듯한 말투. 온화하고 냉정하게, 신경 거슬리는 말투.


“라운더 여러분이, 우수할 뿐이죠.”


“역시 저사람, 나이트하르트가 아니야!”


 떨리는 목소리로 크리스가 외친다.


“아니오.”


 자칭 나이트하르트의 히이라기 아키코가, 그런 크리스의 말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즉시 부정한다.


“제가, 당신과 미스터 하시다와 함께 오퍼레이션 발할라를 입안한 나이트하르트입니다. 전화를, 받아보는게 어떻습니까?”


 전화… 라고…?


“오카베, 이건, 함정이었어….”


  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낸다. 어둠 속에서 휴대폰 디스플레이의 라이트가 엄청나게 눈부신 느낌까지 든다. 표시된 번호는 다루의 것이 아닌.


『이해하셨습니까?』


 전화구를 향하여 들려온 목소리와, 나의 귀에 직접 들려온 히이라기 아키코의 목소리가 싱크로했다. 할말이 없어져서 크리스의 어깨를 무의식중에 끌어안고.


“너도… 라운더냐!”


“후훗.”


 여성 특유의 목소리.


“그럼, 실험을 시작하도록 하지요.”


“실험이 뭐냐!? Z프로그램이냐!?”


“세계선 수속의 실증실험, 입니다”


“뭐… 라고…?”


 어마어마한 살기. 흠칫, 하고 온몸에 오한이 선다. 안 좋은 예감이 든다. 녹색의 악마들이 총을 겨누고 있는 기척을 느낀다. 죽음의 기척. 구토하고 싶어질 정도의 기분 나쁨. 손가락 끝이 차가워지는 감각. 공기가 말라붙는다.


“크리스, 도망가ㅡ”


 총격음이 귀를 세차게 뚫는다. 머즐 플래시가 섬광이 되어 어둠을 가른다. 나는 크리스를 눕히려고, LHC의 ‘파이프’ 의 그늘로 엎어진다. 다음은 마치 몸을 감는것 뿐. 크리스가 뭐라고 외쳤지만 충격음이 그것을 없애버렸다.


 난사. 너무나도 일방적인. 질서고 뭐고 없는 공격. 머리 위를 무수하게 흩날리는 총탄이 서로 날아다닌다. 전장에 나간적은 한번도 없지만, 내장까지 울리는 이 소리와 폭력의 작열에 나도 절규하고 있었다ㅡ










[21, DEC,2011 AM16:10]

 통증이 있다. 사지가 찢겨나가는건 아닐까 하는 정도로. 하지만 그래도 내겐 의식이 있다. 아직 살아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크리스는…? 자신의 상처보다도 일단 가장 먼저 그것이 신경쓰였다. 내 가슴 속에서 크리스는 몸을 웅크리고 있다.


“으, 으으….”


 신음 소리. 안심한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미스터 오카베. 살아계셨습니까?”


 어느샌가, 터널에 조명이 다시 들어와 있었다. 역광 속에서 여자의 실루엣이 보인다. 나는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무리였다. 온몸에 열이 돌고, 조금 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통증이 쑤신다. 그리고 이제야, 자신이 피투성이라는걸 눈치챘다. 이 상태로 살아있다는게 자신이라도 신기할정도였다.


“와오, 대단해요.”


 여자의 목소리가, 살짝 흥분한 듯 했다.


“정말로 살아있다니. 라운더에서도 정예를 모아서, 정말로 죽이라고 명했거든요. 적외선 고글을 장착하고 있어서, 어두워서 벗지도 않았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신은 지금, 숨을 쉬고있어. 오히려 치명상에 이르진 않은 모양이군요.”


 고통 탓에 고개를 들지도 못해서, 히이라기라던가 하는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총격따위 없었던 것 처럼 그 말투는 온화하다. 우리들에게 대량의 세례를 쏟아부은 라운더 녀석들은 멀리서 총을 쥐고있다. 그레이의 도시용미채복에 몸을 감고 무장한 모습은, 군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트랙터 필드와, 세계선의 수속. 이정도로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상식을 벗어나있어요. 우리들은 과학자라서, 현상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한은, 믿고싶진 않았지만요.”


 녀석은, 우리들을 속였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SERN측의 인간인 것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 결과를 보면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미스터 오카베. 아, 안심을. 의사를 대기시켰으니 곧 치료시켜 드리지요.”


 격통이 전류처럼 온몸의 신경을 흘러간다. 흘러나오는 고통의 소리를 참으려고 나는 빠득, 이를 갈았다.


“이 세계의 구조를 파악하는건, ‘300인 위원회’ 모든 멤버에게의 존명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스터 오카베, 당신의 리딩 슈타이너라는 초능력도 해명하고싶다고 생각합니다.”


 통증을 뛰어넘는 분함. 너무 강하게 물어서 입술이 찢어지고, 입 속에 피가 번져간다. 히이라기라고 하는 여자의 말. 어트랙터 필드와 세계선의 수속.
그 주박을, 나는 부정하려고 했다. 미래는 개변할 수 있다고. 실패한 과거와 미래를 변하게 하겠다고. 하지만 지금 일어난것이 현실이라면. 역시 존 타이터의 예언은 헛소리도 낙서도 아니다. 엄연한 미래에 의한 ‘결과’ 가 아닌가. 내가 여기서 죽지 않았다는 것이, 세계가 같은 결과로 수속하는 것을 대변하는것이 아닐까. 그래, 나는 오늘, 원래라면 2번 죽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살았다. 총탄은 2번이나, 나의 몸을 스쳐갔을 뿐이었다. 그것은 운인가? 아니면ㅡ 내가 살아남았다는 결과로 수속되버린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동시에 내가 2025년에 죽는다는 ‘결과’ 도, 확정되어있는게 아닐까? 스즈하가 그렇게 관측해 버렸다. 스즈하 이외에 미래를 관측한 자는 아무도 없다.


“나는… 결국, 인과에서 도망칠 수 없나…?”


 나 뿐만이 아니다. 크리스도 관측받고 있다. 스즈하가 말한대로라면, 크리스는 2034년에 타임머신을 개발할 때까지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SERN에서 탈출할 수 없다.


“이번의 실증실험은 일정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성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두 분 다, 아니, 미스터 하시다를 포함한 3명이군요. 실험의 협력,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돌려서 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해드리죠. 우리들은 설명책임이 있으니까요.”


 히이라기는 계속 떠벌리고 있다. 노래하는 것 처럼.


“간단히 말하면, 3분의 자유의지를 존중한겁니다. 인과를 우리들의 손으로 고치면, 실험결과에 노이즈가 섞어버리니까요. 우리가 필요한 샘플은, 보다 순수한 사상의 발현입니다. 또한, 미래의 ‘결과’ 에 대해서는 미스터 하시다가 알려주셨습니다. 그의 아가씨가 25년 후에 타임트래블을 한다든가. 그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의심은 없습니다. 오래 전부터, 저희도 타임트래블을 연구하고 있었으니까요.”


 나는, 세계의 의지에 갇혀있다…. 무엇이냐면, 앞으로 14년간은 죽지 않는다는 것. 무엇이냐면, 14년후에 반드시 죽는다는 것. 무엇이냐면ㅡ 크리스는 지금부터 23년간 SERN에서 계속 타임머신을 개발한다. 다루는 타임머신이 미완성인 채로 라운더에게 죽는다. 스즈하는 2010년으로 가서 실패한다. IBN5100은 나의 손에는 돌아오지 않는다. 어트랙터 필드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마유리는 살아날 수 없다.


“그 아가씨에 의해 미래에서의 정보를 토대로 우리들이 당신들의 행동을 유도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과를 바꾸는 행위며, 실험결과에 대한 노이즈라고 할 수 있지요. 25년 후라면 어쨌든, 타임머신을 갖고있지 않는 현재의 우리가 인과를 고치는건 검증이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바꾸지 못했다. 1년 반 전, 나는 이미 한번 포기했다. 몇번을 해도 그것을 반복할 뿐이었다. 전부 헛수고.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세계선의 수속은, 죽음도 회피하는 것이었군요.”


 얼마나 발버둥 쳐봐도. 그 때, 마유리를 살려내지 못했던 것 처럼.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건가….


“미안하다….”


“미스터 하시다에 대해서는 유감이지만 해방시켰습니다. 그는 일본에 돌아가서, 아이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23년 후에 우리가 타임머신을 완성시킬 때까지, 그다지 인과를 일그러뜨리지 않고 싶거든요.”


 여자가 말하는 사이에도, 라운더의 병사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냥꾼 인형은 아닐까, 라고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총구는 확실하게 내게 향해져있고, 그것도 그들의 손가락은 그 총의 방아쇠에 걸려있었다. 당장이라도 나를 죽일 수 있는 상태.


“미스 마키세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이곳에 계셔야겠습니다. 이유에 대해서는 명백하지요. 미래에 "타임머신의 어머니" 라고 불릴것이기 때문이죠. 자, 미스터 오카베는, 어쩌시겠습니까? 당신에겐 당신의 의사를 존중해드리겠습니다.”


 세계선이 수속한다면,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해도 죽지않는다… 는 것 같다. 그들의 총이 잼에 걸리든가, 그들의 머리 위에 철골이 떨어지든지, 300인 위원회의 높은 분들이 내려와서 “그 남자를 죽이지마” 라고 명령하든가, 아니면 물리법칙을 무시해 총탄의 궤도가 벗어나든가. 아무튼 어떠한 개그 같은 요소로, 나의 죽음은 나의 의지에 관계없이 회피된다. 라는 것이 ‘실증실험’ 으로 증명되어버렸다.


“저희들로선 부디 리딩 슈타이너를 연구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협력만 해주신다면, 좋은 대우를 약속드리죠. 300인 위원회도 당신을 환영할겁니다.”


 그렇다 해도 그런 개그가 정말로 또 다시 발동할 것인가, 한번 더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너무나도 바보같고, 너무나도 공허하니까. 나를 죽여달라고, 그들에게 부탁하고싶어진다.


“게다가, 인과를 건들고싶지 않다고 처음에도 저는 말씀 드렸습니다. 그것을 최소한 지켜주신다면, 우리는 당신을 여기서 해방시켜야 합니다. 전자의 선택도 인과를 건들지 않는 공작은 가능하긴 하지만, 그건 어떻게든 노이즈가 혼입되어 버리겠지요. 보다 자연스러운 상태의 세계선 수속만이 우리가 바라는 것입니다.”


 23년 후에, SERN이 디스터비아를 구축할것도 없이 모든 인간은 자유의사 따위 없었다. 과정으로 아무리 저항해본들, 이미 결정되어있는 ‘결과’ 에서 도망치는건 불가능하다면.


“어찌되었든간에 당신은 14년후에 돌아가십니다. 우리들은 당신을 위험인물이라고 인식하고있습니다만, 동시에 결정론적인 의미로 제거공작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편하실대로 선택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것 마저도 무의미한건 아닐까? 그리고, 이제 고통을 참는것도 지겹다. 피가 멈추지 않고 눈도 감겨온다. 이제 지쳤다. 쉬자. 야, 아무나. 나를 죽여줘. 그러면 미래는 결정되어있지 않다고, 증명이 되니까. 이런 밧줄에 목을 졸려있는 채로 숨도쉬지 못하고 살아가는건, 나는 참을 수가 없다….


“오카베ㅡ”


 익숙하게 들었던 목소리가 모노크로가 되어 세계에 색채를 피게 했다.


“오카베, 들어줘.”


 내 가슴 속에서, 크리스가 살며시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정신을 차린 것 같다. 크리스는 나의 눈을, 아래에서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 손으로 나의 뺨을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나는, 여기에 남을래.”


“무… 슨….”


 묘연하게 되었다. 이런 나를 밀쳐내듯이, 상처 없는 크리스는 일어선다.


“크리… 스…!”


 엎어진 채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끝은 닿지 않고.


“땡스. 아까 감싸줘서.”


 나는 포기하고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나는, 남을래. 여기에.”


 한 번 더 들으라는 듯이, 그렇게 반복하는 크리스는 내게 등을 돌리고. 그것은 즉, 크리스가 세계선의 수속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표시. 아니, 크리스의 자유의지따위가 아니다. 결국 이것도 세계의 의지다. 우리들의 의지 따위 관계 없다. 이곳에서 내가 붙잡아도 헛수고. 세계선의 수속은 절대적. 그것에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크리스 또한 너무나도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포기하겠다는 것. 그리고 ‘결정된 죽음’ 이 찾아올 때까지, 오직 펼쳐진 레일을 타고 살아간다. 프로그램된 삶을. 미안하다 크리스. 나는 네게 거짓말을 했어. 네게 희망을 줘버렸다. 이루지 못할 희망 만큼 잔혹한 것도 없다. 그러니까 미안하다. 나를 원망해도 상관없어. 나는, 너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지 못했어ㅡ


“저기, 오카베.”


 등진 채로. 크리스가 읊조린다. 나를 보고있지는 않지만, 힘없이 고개를 떨구려 하지도 않는다. 확실히 고개를 들고, 그녀는.


“단편이야. 아마네씨가 관측한 것은.”


“뭐… 라고…?”


 크리스가 무슨말을 하는건지 내겐 이해가 안가서.


“확실히 나나 당신의 미래는 관측되어어. 하지만 그것이, 나의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아마네씨는 내가 죽을때까지 끊임없이 관측을 계속한건 아니야. 그렇잖아?”


 그런, 냉철함을 내포한 난폭한 말투는ㅡ


“내가있는 이 ‘지금’ 과, 그녀가 관측한 미래의 지점. 그 틈에있는것은, 공백.”


 1년 반 전, 아키하바라에서 내게 말을 걸었을 때의, 천재조수 그대로.


“그곳에 삐져들어갈 틈이 있어.”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과정은 바꿀수 있다.


“아까 전에도 나는 말했을거야. 믿고싶어, 라고.”


 방금 전까지 크리스는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감정만으로 이룰 수 없는 희망을 줬고.


“논리성 따위 완전히 무시하고, 나는 당신을 믿고싶으니까ㅡ”


 그것을 믿어준 지금의 크리스는.


“나는 이제 절망하지 않을거야ㅡ”



 내게 돌아보는 지금의 크리스의 표정은.


“근거 따위 없어도, 미래는 변한다고. 당신은, 그렇게 계속 말해줬으면 해….”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나는, 내 의지로, 이곳에 남을거야. 꼭 데리러 와줘.”


 그리고 쓸쓸한.


“약속해줘, 오카베.”


 미소.


 “함께 아키하바라에 돌아간다.” ─ 몇 시간 전에 나누었던, 약속을. 내가 우직하게 믿으려 했던 그 약속을. 세계의 의지가 거부한 그 약속을. 믿으라는 것. 그것이야 말로 크리스가 세계에 내보인 의지다. 그러니까, 내게 멀어져가는 그녀의 발소리에 망설임은 없었으니까. 이제 흔들리지 말라는 각오가 그 등 뒤에서 느껴졌으니까. 나도 눈물이 쏟아져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이건 이별이 아니야. 약속이 있는 한.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언젠가 반드시, 또 만난다. 언젠가 반드시, 함께 아키하바라에 돌아간다. 그 미래를. 그 결과를. 꼭 만들거야ㅡ








[29, DEC,2011 AM14:49]

 1년 반만에 보는 일본의 바다는 아름답지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한겨울의 석양이 비추어져 반짝반짝 빛나고는 있지만, 그래도 역시 아무리 비위를 맞춰주어도 아름다운 바다가 아니었다. 그 바다를 이래저래 4시간은 계속 바라보고 있다.


 도쿄, 동이 틈. 주변에는 애니메 그림이 그려진 대량의 종이봉투를 메고있는 남자오타쿠나, 섹시한 코스튬을 입고 걸어다니는 여자 오타쿠들이 있다. 코미마 첫날. 해마다 2번의 축제. 이 시간이 되어도 보통 거의 사람은 없는 국제전시장 부근은 떠들석하다. 생각해보면 1년 반 전의 여름. 그 때는 결국 이곳에 오지 못했었다. 한숨을 쉰다.


 그 때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드니, 약간 떨어진 곳에 확실하게 주변과는 눈에 띄는 슈츠복의 남자가 2명이 서서 내쪽을 힐끔힐끔 보고있다. 라운더에 의한 감시다. 숨을 생각도 없이 확실하게 존재를 밝히면서 내게 “쓸데없는 짓 하지마라” 라는 무언의 경고를 하는 것이겠지. 다가가려는걸 꾹 참았다. SERN의 오퍼레이션 발할라는, 크리스가 그 장소에 남아 나와 다루가 해방되는 것으로 종국을 맞았다. 다루는 그 때 라운더에게 바로 잡혔다는 것 같다.


 ㅡ약속. 프랑스를 탈출하고, 매일처럼 그때의 크리스의 미소가 뇌리에 살아난다. 그 때 크리스가 했던 말…. 진심으로 나를 믿어준걸까. 어쩌면 단순하게 나를 도망치게 하려는 거짓말이었을까. 본심은 알 수 없다. 크리스가 그 정도까지 논리성을 무시한 결론을 내다니, 지금까지 그런 적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석이 “믿어” 라고 말했주었으니까. 나도 그 크리스의 말을, 그리고 크리스에게 말했던 나 자신의 말을, 지금이야 말로 믿자고 생각한다.
이제 절망하지 않아. 어떠한 일이 있어도 계속 싸워주겠어. 그것이 세계의 의지인가, 나의 자유의지인가. 어느쪽이냐고 판단할 때는 죽을때가 좋겠다.
지금은 무턱대고 헤쳐나가야만 한다.


 찬바람 탓인가, 상처가 아프다. LHC에서 내 몸을 종이 한장에 쏟아붓던 수백발의 총탄에 의한 상처는 아직 완치되지 않았다. 그 고통을 참으면서, 나는 주머니에서 오래된 회중시계를 꺼냈다. 안쪽을 덮는 투명한 플라스틱 부분에는 금이 가있다. 하지만, 침은 지금도 확실히 시간의 흐름을 새겨가고 있다.


“역시 오카린은 백의를 입어야 오카린이란 느낌이라능~”


 대량의 종이봉투를 매고있는 다루가 땀범벅이 되어 걸어왔다. 이 추운 겨울날에 잘도 그정도로 땀범벅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회중시계를 넣었다.
 

“그 상태라면, 물건은 손에 넣은듯 하군.”


“확실하다능. 『에린과 Chu ☆ Chu!』의 속편을 손에 넣는데만 3시간동안 줄섰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능. 시대로의 도전장적인 의미로.”
* 에린 : 카오스헤드의 세이라 오르젤의 동생. 카오스헤드 러브 Chu Chu에서 등장.


“이 로리콘놈.”


“그거 최고의 칭찬이라능.”


 너무나도 보잘것 없는, 바보스럽고 질 낮은 회화. 그런데도ㅡ 코 안쪽이 찡해져서. 계속 참고있던 감정이, 이제 참을 수 없어져서. 정신차려보니 나는 주변의 눈도 신경쓰지 않고 뚝뚝, 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는, 정말로, 변태구나, 다루….”


“나만이 아니고, 일본인은 옛날부터 전부, 변태였다능….”


 보니, 다루도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어있었다. 다 큰 남자가 두명, 코미마 회장의 바로 밖에 선채로 소리내어 울고있다니, 실로 볼품없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곳에 도착하기 까지, 잃은 것은 너무나도 컸다. 고작 1년 반 전. 이런 회화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뒤바꿀 수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어이, 다루…. 우리들은 장래, 레지스탕스를 결성하고 라운더와 싸우는 것 같다….”


“각오는… 흐흑, 되었다능….”


 다루가 훌쩍대면서도 그렇게 답해서, 오히려 내 쪽이 놀랐다.


“너… 진심으로 말하는거냐?”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최후의 코미마에 온거야. 이제, 후회는 없어.”


 그러냐. 이 녀석은 이 녀석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었구나….


“이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몰라…. 크흑, 그래도, 괜찮냐?”


“나는 말이야, 흑, 오카린의 오른팔이잖아…. 그러니까, 최후까지, 함께하겠다능….”


“…… 역시 슈퍼하커다.”


“해커, 다.”


 눈물에 젖은 얼굴을 서로 바라보며, 우리들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문제 되는건 라운더의 감시다. 녀석들을 어떻게든 따돌려야만 한다. 우리들 아마추어에게, 그런 짓이 통할까?


“저기이….”


 말을 걸어 온 것은, 메이드같은 옷차림을 한 코스프레이어의 여자아이였다. 나와 다루의 얼굴을 걱정하듯이 바라보면서 손수건을 넘겨주려 한다.


“괜찮으시면, 쓰실래요?”


“오오~~? 이, 이 코스는… 리얼 꿈 쿠라! 큔! 하고 와닿았다능!”


다루가 코숨을 거칠게 쉬며, 손수건을 부랴부랴 받아들었다.


 그리고 여자아이가 보는 앞에서 손수건의 냄새를 전력으로 맡는다. 보기 괴롭다….


“네게 평생, 모에모에☆큥! 결혼해주십시오~!”


“아하하… 그, 그건 좀….”


“너는 말이야, 유명한 코스플레이어씨 아님? 유키였나?”


“응. 맞아.”


“그럼, 좀 부탁이 있다능.”


“결혼은 무리야.”


“코스플레이어 아는사람을 많이 모아주지 않을래? 왜냐면, 저기ㅡ”


 그리고 다루는 소리를 낮췄다.


“저기에 슈츠입은 아저씨가 2명 있지 않냐능? 저 2명은, 코미마에서 엄청 대단한 이벤트를 알려준다던거 같다능.”


 다루… 설마….


“…… 저 사람들은, 누구?”


“도지사가 보낸사람이라능. 오타쿠와 코미마를 없애려고 하는 위원회 사람들.”


“그럼… 오타문화 멸망의 위기네.”


“그런 이유로, 부탁해도 될까.”


“맡겨줘.”


 유키라는 이름의 코스플레이어는 맑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친구 모아올게.”


“오~키~도~키. 잘부탁해!”


“오~키~도~키~? 그건, 무슨 의미야?”


“확실히 OK, 라는 의미라능.”


“흐응. 그럼 나도 쓸게. 오~키~도~키~♪”


 그리고 유키는 코스프레 회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 이유로 오카린….”


 다루가 손수건에 눈물을 닦고 돌아보면서 나를 봤다.


“도망갈 준비를 해. 녀석들을 따돌리자능.”


“…… 방금 전의 아이의 위험은?”


“이런데서 일반인 상대로 총을 쏠 바보는 아닐거라능. 그리고 유키에게 부탁한건, 어디까지나 코미마의 대단함을 알려달라는거였고.”


 폭력으로 호소할 리 없다, 라는 소린가.


“오~키~도~키~ 다.”


 나도 눈물을 닦았다. 가능하면 플로럴한 향기가 나는 여자의 손수건을 쓰고 싶었지만, 그 기회는 다루에게 당당히 빼았겼다.


“작전명은, 어떻게 할거냐능?”


 다루가 물어보자 나는 말문이 막힌다. 왜냐면 갑작스런 이야기라서,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렇군. 작전명은ㅡ”


슈츠남 2명의 주위에, 코스플레이어나 카메라 소인배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유키를 중심으로 일단은 애니송을 모두가 합창하고 있다. 라운더 같은 남자들이 당황해하고 있다.


“‘왈큐레(발키리)’ 로 하자”


 우리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시에 달려나갔다. 지금부터, 우리들의 싸움은 시작된다. 세계선의 수속에서 도망가, 진정한 자유의지를, 그리고 동료를 되돌리기 위한ㅡ 적어도 내게는, 이제부터 14년간은 확실히 계속되는 싸움인가.


“만화의 최종장 기분이라능!”


“오랜 시간, 애독 정말 감사했습니다가 어울리다능!”


 코미마에서 돌아가는 오타쿠들을 헤쳐나가며 나는. 오랜만에, 그 ‘특별히 의미는 없는 이별의 암호’ 를, 이제 두 번 다시 올 일 없는 국제전시장을 향해 읊조린다.


「엘 프사이 콩그루 이것이,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이다.」




왈큐레(Valkyrie)
ㅡ 북구신화에서 전사한 용자들을 최종성전(라그나로크)에 대비해 발할라로 맞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전쟁의 여신들의 총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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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rid